1. 그리스 신화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시작 된 이야기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킬링 디어를 썼다고 합니다. 그리스의 왕 아가멤논은 트로이를 정복하여 원정을 떠나던 중 아르테미스의 숫사슴을 의도치 않게 죽입니다. 아르테미스는 이에 노하여 2년간 아가멤논을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이 저주를 없앨 방법을 물으니 아르테미스는 아가멤논의 딸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라고 합니다. 아가멤논은 결국 딸을 제물로 바치지만 아르테미스는 딸을 불쌍히 여겨 사슴과 바꿔치기한 후 딸을 자신의 사제로 삼습니다. 트로이 원정을 다녀온 아가멤논은 이 사건에 노한 아내에게 살해당합니다. 그 후 아내는 아들에게 또 다시 살해당합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스러운 사슴의 희생이 딸을 살렸지만 그 원죄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유념하면서 영화를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기괴한 영화의 줄거리
실력있는 외과 의사인 스티븐은 단란한 가족과 함께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같은 의사인 아내 안나, 딸 킴, 아들 밥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마틴이라는 아이가 스티븐에게 접근합니다. 마틴은 스티븐이 예전에 수술을 진행하다 희생된 사망자의 아들이었습니다. 스티븐은 이를 딱히 여겨 마틴에게 잘해주려고 하고 마틴도 스티븐과 그의 가족들을 살갑게 대하며 지냅니다. 어느 날 막내아들 밥이 갑자기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어 입원을 하게 됩니다. 이를 알고 방문한 마틴이 스티븐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첫 번째 사지마비, 두 번째 거식증, 세 번째 눈 출혈, 네 번째 사망이라는 순서를 이야기하며 스티븐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이렇게 죽을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스티븐은 이를 믿지 않지만 밥에 이어 킴까지 이러한 단계를 경험하게 되자 심각하게 여기게 됩니다. 스티븐은 마틴의 수작이라 생각하고 집에 찾아가서 이것을 중단하라고 말하러 갑니다. 하지만 마틴은 집에 없었고 마틴의 엄마는 스티븐을 꼬시려고 하지만 스티븐은 이내 집에서 도망을 나옵니다. 아내인 안나도 마틴을 만나 어떻게 해야 이 비극을 끝낼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마틴은 자신의 아버지가 죽은 것처럼 스티븐의 가족 중 하나가 죽어야 이 비극이 끝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안나는 스티븐의 잘못이라면 왜 내가 대가를 치르러야 하냐 물어보지만 그것이 이 저주의 이치다 라고 마틴은 말합니다. 스티븐을 제외한 가족들은 이 원리를 숙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명을 필연적으로 처리해야하는 스티븐에게 잘 보이려 노력합니다. 밥은 스티븐이 원하는 외과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하며 킴도 스티븐에게 잘 보이려 합니다. 킴과 밥의 대화에서는 남매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소름돋는 이야기, 네가 죽으면 mp3 가져도 돼? 와 같은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아내인 안나도 스티븐에게 아이는 죽어도 다시 낳으면 돼라고 말하며 죽음의 선택지에서 자신을 빼고 스티븐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스티븐은 결국 평등하게 눈을 가린 채로 총을 쏴 한 명을 죽이기로 합니다. 빙글빙글 돌면서 총을 쏘는 스티븐은 결국 한 명을 죽이게 됩니다. 이 후 나머지 가족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같이하는데 마틴이 들어오며 가족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3. 신과 캐릭터를 동일화 시키다.
스티븐은 영화에서 마틴이 등장하기 전까지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권위 있고 실력 있는 의사였던 스티븐은 일상생활에서도 본인의 생각대로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마틴은 이러한 존재인 스티븐을 뛰어 넘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영화에는 마틴이 스티븐의 행동을 따라하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겨드랑이를 보여주는 장면, 팔을 깨무는 장면, 킴이 유혹하지만 냉정히 자리를 뜨는 모습 등 스티븐이 보여줬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자신의 가족을 잃었다는 것도 똑같이 미러링하여 결국 스티븐의 가족 중 한 명을 꼭 죽여야 한다는 것을 보는 이들에게 알려주고자 합니다. 죽음을 앞 둔 가족들의 모습에서도 신 앞에서는 보잘 것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족이라는 끈끈한 연결 고리가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것을 보여주며 앞서 말한 신화에서의 원죄는 결국 일어난다 라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지은 죄가 생각보다 큰 죄로 올 수 있으니 항상 친절하고 조심히 살자 라는 것이 영화의 또 다른 교훈이 아닌가 싶습니다.